■ ‘참정권 시위’ 20명 심층인터뷰
“이러다 투표 못하는날 올까봐”
“세금 무의미하게 쓰이면 안돼”
‘방만 선관위’ 해체 목소리도
20명중 19명 “韓사회 불공정”
좌우 떠나 “재선거 필요” 외쳐
내가 왜 ‘재선거’ 요구하냐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참정권 시위’가 선거 종료 엿새째인 9일 오전에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문화일보가 현장에서 심층 인터뷰한 2030세대 청년 20명은 “국가의 무능한 시스템이 내 권리를 빼앗았다”는 데 한목소리로 분노하고 있었다.
문화일보가 지난 7일부터 시위 현장에서 만난 2030세대 20명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정치 성향을 떠나 기본권이 위협받는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등의 정치 이슈보다도 이번 사태가 ‘보다 내 권리를 빼앗는’ 현실적인 위협이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 한모(25) 씨는 “좌우를 떠나서 언젠가는 내가 투표를 못 할 수도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위에 참여했다”며 “이건 정치가 아닌 진짜 기본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20대 중반의 회사원 박모 씨도 “대통령 탄핵과 비상계엄 등에 대한 불만은 선거를 통해 표출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왔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태는 더 직접적인 내 권리의 침해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선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금융권에 종사해온 김모(30) 씨는 “선관위는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번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데 이렇게 방만하게 운영이 되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며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간 시위에 참여했다는 다른 여성 박모(28) 씨 또한 “이번 사태를 통해서 선관위의 가족 채용 등의 이슈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위협할 정도로 무의미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관위는 이미 존재 가치를 잃었다”고 답했다.
2030세대가 투표용지 사태에 특히 분노하는 배경에는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20명의 청년 중 1명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현재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답했다. 30대 여성 A 씨는 “공정하다는 것은 내가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라며 “세금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보다 노력한 만큼 그 몫을 가지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박모 씨 역시 “사회가 경제적으로도 갈수록 불공정해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기보다는 ‘나는 그냥 실업급여를 받겠다’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평등주의’ 정책에 분노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광주에서 상경해 시위에 참여했다는 박모(26) 씨는 “이번 사태 이전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기여에 맞지 않는 불공정 정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2030세대 대부분은 향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좌우 유불리를 떠나 재선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서울 소재 사립대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5) 씨는 “결국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선거가) 선관위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면서 선관위를 개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수빈 기자, 김유정 기자, 김혜웅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20
- 좋아요 2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4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