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공분양도 고객 맞춤형”…소비자 눈높이로 재편 [이연우기자의 리빙홈]

신규 공공분양주택들이 실수요자들의 달라진 주거 관점을 적극 반영하며 주택 디자인과 품질을 한층 높이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주거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구조·수납·동선·옵션 등을 조사해 표준형 설계에 직접 반영한 방식이다. ■ '입지'에서 ‘상품성’까지…주택 선택 기준 달라졌다 30일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총 2만9천가구를 공급한다. 이는 최근 5년 수도권 평균 분양물량(1만2천가구)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구별로는 3기 신도시가 7천500가구, 2기 신도시가 7천900가구, 기타 중소택지가 1만3천200가구 풀린다. 특히 주목되는 건 '3기 신도시'다. 고양창릉 3천881가구, 남양주왕숙 1천868가구, 인천계양 1천290가구가 각각 공급될 전망인데, 이곳이 서울 출퇴근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을 구하는 데 있어 '입지'가 중요하지만, 최근엔 못지않게 '상품성'도 주요 선택지로 떠오른다. 올해 LH가 남양주 견본주택 방문객(남양주진접2 및 의정부우정지구, 494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에서도 분양 아파트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내부 평면구조'(53%)가 꼽혔다. 뒤이어 '인테리어·마감재'(37%), '단지 규모(세대 수)'(35%), '커뮤니티·부대 시설'(22%) 순이었다. 즉, 좋은 입지를 전제로 ‘어떤 집을 어떻게 설계했느냐’가 구매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된 것이다. ■ “선택 가능한 집” 요구 반영…주거 품질 전반 업그레이드 과거 공공분양은 정형화된 평면이 많아 구조가 획일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최근 수요자들은 ▲넓은 거실 폭 ▲편리한 동선 ▲수납 확대 ▲확장성 등을 최우선 요소로 꼽고 있기 때문에 이젠 ‘공공분양 디자인’도 달라져야만 했다. LH는 이러한 수요 변화를 반영해 생애주기·가족구성 변화에 따라 선택 가능한 평면 라인업을 확대했다. 동일한 면적이라도 개방감과 수납 비율을 조정해 ‘실사용 면적’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민간 분양에 가까운 선택권을 부여하는 형태로 재구조화 됐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 등을 반영한 결과, 최근 공급되는 공공분양 단지들은 입주자가 원하는 형태로 집을 ‘변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필요한 공간을 선택하고, 쓰임에 따라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옵션과 가변형 설계를 폭넓게 도입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에게는 ‘놀이방’보다 ‘드레스룸’이 실용적일 수 있기 때문에, 벽체를 조정하거나 수납 비율을 높여 주거공간을 ‘맞춤형’으로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스마트+친환경 설계가 기본값으로 적용된다. IoT 기반 홈네트워크로 조명·온도·환기 제어가 가능하고, 출입·보안 시스템도 강화됐다. 제로에너지 설계, 친환경 마감재 사용, 고효율 단열재 등도 도입되면서 ‘주거 품질’이 한층 높아졌다. 아울러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슬라브 두께를 기존 210㎜에서 250㎜로 강화하며 실생활 불편도 적극 보완했다. 결론적으로 최근 공공분야 설계 포인트는 ▲발코니 확장, 알파룸 등 실사용 면적 확보 ▲4Bay 구조 적용으로 채광·통풍·개방감 강화 ▲평면 라인업 확장으로 수요층 확대 ▲현관 팬트리·드레스룸 등 수납공간 확보에 맞춰진다. 최근 신규 공공분양 단지들은 획일성을 탈피하고, 이러한 고객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 지점이다. 김성연 LH 경기북부지역본부장은 “앞으로도 변화하는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를 주택 설계와 디자인에 반영해 국민들이 원하고,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LH 경기북부지역본부, 고립된 이웃의 내일을 잇다 [이연우기자의 리빙홈]

“말로만 듣던 ‘나눔’, ‘이웃 돕기’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꼈어요.” 고양특례시에서 조경 관련 자영업을 하고 있는 A씨(60)는 최근 몇 년 동안 건설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함께 타격을 입었다. 일감이 줄고 재정적 어려움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본인의 ‘건강’이었다. 그는 “이제와 생각해보면 몸 상태가 계속 이상했어요. 일상생활에서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는데 저는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냈었죠”라며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기 직전 단계였다고 하더라고요”라고 회상했다. 변화는 한 통의 우편에서 출발했다. 지역 내 사회복지관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던 안내문이었다. A씨는 “(건강 문제보단) 경제적으로 힘들어 처음으로 전화를 하게 됐어요”라며 “그걸 계기로 2~3개월 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북부지역본부와 주민센터, 복지관 등과 연계됐어요”라고 전했다. 이전에도 몸 안에 '용종'이 있다는 걸 알았던 그는 가세가 기울어 병원을 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LH 등의 도움으로 건강검진을 받게 됐고, 심각한 상태로 판단돼 지난해 대장절제술이 이뤄졌다. A씨는 “처음에는 ‘내가 이런 지원을 받아도 되나’ 싶으면서 감사함, 죄송함,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컸는데 점점 ‘나중에 갚을 여력이 되면 꼭 갚아야겠다’ 싶더라고요”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은 나이나 환경 등에 관계 없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보는 것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고립의 벽을 허물다…‘내일같이’ 함께 걷는 사람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는 빠르게 변화했지만, 그 속에서 고립된 이웃은 더 많아졌다. 비대면 생활의 확산, 물가 상승, 소득 불안 등은 취약계층의 생활을 위축시켰고, 경제적·정서적 단절이 동시에 심화됐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H 경기북부본부는 지난해부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고양시흰돌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내일같이’ 건강검진 사업을 시작했다. ‘내일같이’는 LH를 ‘내’로 형상화하고 일산병원의 ‘일’을 결합해, ‘나의 일 같이 정성을 다해 지속 협업하는 사회공헌활동’의 뜻을 담은 이름이다. 지난해 1차 사업에서는 고양시 내 사회복지관을 통해 발굴된 사회적 고립가구 20여 명이 무료 건강검진을 받았다. 일산병원은 대상자 맞춤형 검진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LH 경기북부본부는 1인당 40만원의 검진비를 지원했다. 검진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20명 중 11명에게 이상소견이 발견된 것이다. 이 중 4명은 특별한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한 채 서서히 진행되던 질환을 조기검진을 통해 확인한 케이스다. A씨를 포함한 대상자 일부는 대장용종 조직검사에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관상선종이 발견돼 즉시 대장절제 수술을 받았고, 자궁내막암을 조기에 진단 받아 치료를 진행했다. 일산병원은 추가검사·입원치료비 등 약 400만 원을 자체 부담하며 치료를 이어갔다. ■ ‘더 많은 이웃의 내일 위해’ 올해 대상자 확대·기부금 증액 LH 경기북부본부와 일산병원, 복지관은 단순히 질병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립된 이웃의 회복을 돕기 위해 건강관리 교육과 정신건강 상담, 자조모임을 병행하면서다. LH 경기북부본부는 이 같은 프로그램 운영비로 200만 원을 후원했으며, 일산병원은 전문 강사를 파견해 만성질환 관리법과 운동 교육을 진행했다. 고양시흰돌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고립가구는 병원 문턱을 넘는 것조차 두렵다”며 “검진을 계기로 이웃과의 관계망이 다시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의 효과가 확인되자 LH 경기북부본부는 올해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해 800만 원 규모였던 사업비를 올해 1천만 원으로 증액하고, 검진 대상도 25명으로 늘렸다. 이동이 어려운 참여자에게는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해 안전하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0월 기준으로 대상자 중 일부가 검진 진행 중이며, 11월 말까지 결과 판정이 완료될 예정이다. ■ “공공의 나눔, 삶의 변곡점 되길” LH 경기북부본부는 의료 지원 외에도 명절 맞이 나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지난 추석에는 지난해 사업 참여자와 지역 내 사회적 고립가구·장애인·고령자 등 360명에게 1천만 원 상당의 식료품 꾸러미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사랑의 집수리’, ‘청소년 공부방 환경개선’ 등 지역 맞춤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다방면으로 운영 중이다. 김성연 LH경기북부지역본부장은 “공공기관의 사회공헌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누군가의 삶에 변곡점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의료기관·복지기관과 협력해 경기북부 지역사회의 건강 안전망을 강화하고, 더 많은 이웃이 ‘내일같이’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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