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독사 대응TF 없고 전담 1명… 광역 대응 ‘공백’ 드러나 [집중취재]

경기도가 고독사 증가세 대응을 위해 추진 중인 전담 TF(가칭)가 2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도 차원의 고독사 예방 사업(1개)과 전담 인력(1명)도 턱없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2023년부터 시·군 단위로만 운영되는 고독사 예방·관리 시범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광역 차원의 전략 수립과 조정 기능을 마련하기 위해 TF 구성을 논의해왔다. 지역별로 발생하는 고독사 위험 정보를 도가 취합, 분석하고 맞춤형 대응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추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TF 출범은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도는 TF 출범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전담 인력이 없다시피 해 시·군 간 관리 정책 협의 등 TF 핵심 기능을 추진하기 어려운 점, 이로 인해 유관 부서 간 논의가 좀처럼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 고독사 예방·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경기도 소속 공무원은 한 명뿐이다. 현재 경기 지역 31개 시군은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에 참여,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안부 확인 ▲생활 환경 개선 ▲관계망 형성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별 위험 정보를 분석해 통합 전략을 설계하기는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가 자체 운영하는 고독사 예방 사업은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 위기 징후를 감지하는 ‘AI 기반 안부확인 서비스’가 유일하며, 이마저도 참여 시군이 8곳에 그치는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고독사 대응은 복지·건강·주거·안전 등 여러 부서가 함께 검토해야 해 TF를 만들기 위해서도 내부 조율이 필요하다”며 “전담 인력이 한 명이다 보니 시·군 협업, 정책 기획, 자료 분석을 동시에 수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31개 시·군에 대응 책임이 흩어진 구조에서는 광역 차원의 위험 흐름을 읽기 어렵다”며 “고독사 예방은 장기 사업인 만큼, 최소한의 전담팀을 꾸리고 인력과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충해 광역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제언했다.

경기도, 고립·고독사 컨트롤타워 없다 [집중취재]

경기도가 시군 1인 가구 고립 관리, 고독사 방지 역할을 할 통합 컨트롤 타워를 조성하지 않으면서 ‘고독사 사망자 최다’라는 오명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1인 가구는 177만 가구로 전국 1인 가구의 22.1%가 집중, 최대 비중을 보이고 있다. 고독사 발생 건수 역시 경기도가 ‘전국 최다’ 오명을 쓰고 있다. 도내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2년 749명, 2023년 922명, 2024년 894명으로 최근 3년새에만 2천565명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도내 1인 가구, 고립·고독사 위험 징후 관리는 광역 차원의 통합 관리 조직과 시설 없이 시군별로 제각각 이뤄지며 실효성 문제를 안고 있다. 경기 지역은 도시와 농촌, 신도시와 원룸 밀집 지역 등 주거 형태와 인구 구성, 생활권이 다양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관리 방법이 요구되지만 시군 인력·예산 여건이 다른 탓에 대응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인구 규모와 1인 가구 수 모두 전국 2위 규모인 서울시가 2022년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 설치를 거쳐 올해 1월 전국 최초로 광역 단위 ‘고립예방센터’를 구축, ▲고립 위험 데이터 통합 ▲1인 가구 모니터링 ▲유사 시 야간 대응 체계를 운영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2024년 11월 경기복지재단도 연구보고서를 통해 “고독사 예방 업무가 여러 시군 부서에 흩어져 혼선이 발생한다”며 “이를 조정할 광역 단위 통합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가장 많고 증가세도 가파른 경기 지역이야말로 1인 가구 고립, 고독사를 예방할 광역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며 “시군별 1인 가구 특성과 위험 경보를 한 데 모아 관리하고 전 시·군을 아우르는 일관된 대응 체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광역 단위 고독사, 1인 가구 고립 전담 센터 설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예산·인력 여건상 즉각 설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사업을 보완하면서 세부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청라소각장 ‘입지 전쟁’... 검단 주민들 거센 반발 ‘암초’ [집중취재]

인천 서구 청라자원순환센터(소각장) 이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검단 주민들이 이전 장소를 정하는 절차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결정하는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이 검단지역에 불리해 오는 2026년 7월 검단구 분구에 맞춰 소각장을 검단에 짓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9일 인천시와 서구 등에 따르면 검단신도시 총연합회는 이날 시에 서구 청라소각장 이전 부지를 정하는 절차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주민 1만3천여명의 서명부를 전달했다. 앞서 서구는 지난 2021년부터 사용기간이 지난 청라소각장을 이전하기로 하고, 입지선정위원회를 거쳐 후보지 12곳을 최종 3곳으로 압축하고 있다. 위원회는 주민대표 6명, 전문가 7명, 구의원 4명, 공무원 3명 등 21명으로 꾸려져 있다. 그러나 검단 주민들은 위원회 구성부터 균형이 맞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서구가 검단지역에 소각장을 지으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입지 선정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검단지역 주민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위원회에 주민대표 6명 중 검단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는 2명 뿐이고, 이들에게 전문가 추천 권한까지 쏠려있다. 또 위원회에 들어간 구의원 4명 중 검단지역 의원은 1명이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총연합회는 후보지 대부분이 검단지역에 쏠린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12곳의 후보지 중 검단지역이 8곳이나 몰려있다”며 “오는 2026년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검단구 신설을 앞두고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검단지역에 소각장을 지으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인모 총연합회장은 이날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기울어진 위원회 구성으로는 어떤 결정도 수용할 수 없다”며 “서구는 당장 소각장 입지선정 절차를 중단하고, 내년 검단구 분구 뒤에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민간 소각비 재정 부담… 쓰레기봉투 인상 ‘불가피’ [집중취재]

오는 2026년 1월1일부터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쓰레기)에 직매립 금지가 이뤄지는 가운데, 인천의 군·구가 소각비용으로 해마다 최대 40억원을 더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공공 자원순환센터(소각장) 확충에 실패, 비싼 민간 소각장 위탁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쓰레기 소각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의 인상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역 안팎에선 인천시 주도로 로드맵을 세우고 공공 소각장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시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 등에 따르면 인천의 쓰레기 직매립량은 2022년 7만5천836t, 2023년 6만3천284t, 2024년 7만2천929t, 올해 11월까지는 6만7천958t 등이다. 1일 평균 191t에 이른다. 내년부터는 직매립 금지에 따라 이 직매립 쓰레기 전체를 소각처리 후 남은 재만 매립해야 한다. 시는 내년부터 이 쓰레기를 민간 소각장 6곳에 위탁해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비용 증가에 따른 군·구별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다. 현재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할 경우 처리 비용은 1t당 13만5천원, 공공소각장인 송도·청라소각장은 1t당 12만6천원 수준이다. 반면, 민간 소각장을 이용할 경우 1t당 18만~20만원에 이른다. 공공 소각장보다 1t당 최소 5만원 이상 비싼 셈이다. 결국 전량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하면 최대 1일 1천300만원, 연간 40억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군·구별로 쓰레기 처리 비용도 급증한다. 인천에서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은 서구는 내년에 2만5천559t(2024년 기준)을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하면 종전 처리비 26억원에서 53% 증가한 4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부평구는 1만6천119t의 쓰레기 처리비가 20억원에서 내년부터는 50% 늘어난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군·구는 내년부터 전반적인 쓰레기 감축을 위한 분리수거 및 재활용 정책을 추진하면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의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서구 관계자는 “민간 소각장 처리 단가가 현재 매립 비용보다 높아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현재 폐기물 수수료에 대한 주민부담률이 40%밖에 안되기 때문에 쓰레기 봉투 값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공공 소각장 건립은 제자리 걸음이다. 시는 2024년부터 10개 군·구와 ‘자원순환정책지원협의회’를 구성해 15차례 회의를 했지만 진전이 없다. 동·부평·계양구 등은 소각장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 자체가 없다며, 시에 광역소각장 건립 의사만을 표현했을 뿐이다. 중구는 내년 7월 영종구 신설 등을 이유로 협의체에 참석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청라 소각장의 이전도 입지선정위원회까지 꾸려져 12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지만, 위원 구성 및 주민 의견 수렴 등의 문제로 난항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민간 소각 의존이 길어질수록 각 군·구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지금처럼 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군·구와 함께 공공 소각장 확충 로드맵을 명확히 세우고, 주민 공론화 등에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쓰레기 처리 비용은 더 들지만, 민간 소각장 활용은 직매립 금지에 따른 불가피한 초기 대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군·구와 공공 소각장 설치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입지 갈등과 지역 부담 문제로 협의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송도·청라 소각장 현대화 등과 병행해 중장기적으로 공공 처리 비중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간 소각장 놓고 ‘쩐의 전쟁’…지자체 ‘발등에 불’ [집중취재]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내 시∙군들이 ‘소각 용량’ 확보를 위한 추가 예산 편성은 물론 타 시∙도와의 소각장 확보 경쟁에 돌입하는 등 ‘뜨거운 감자 던지기’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도내 공공 소각장 용량, 기약 없는 추가 소각장 확충이 겹치며 공개 입찰로 타 시∙도에 폐기물을 보내거나 타 시∙도에서 도내 유입하려는 폐기물 차단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2개 시∙군이 공동 사용하고 있는 공공 소각장은 △오산 소각장(오산시—화성특례시) △파주 소각장(파주시—김포시) △군포 소각장(군포시—의왕시) △양주 소각장(양주시—동두천시) △구리 소각장(구리시—남양주시) △과천 소각장(과천시—의왕시) △광명 소각장(광명시-서울 구로구) 등이다. 특히 광명소각장은 서울과 인접한 지역 특성이 반영돼 서울시 자치구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들 소각장은 조성 당시 투자 비율에 따라 소각 용량에 대한 지분이 설정, 소각 용량은 변동이 제한될 뿐더러 가용 용량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2026년 1월 생활 폐기물을 전량 소각을 앞두고 이들 지자체를 포함한 시∙군들은 앞다퉈 추가 민간 소각장 용량 추가 확보를 위한 예산을 대거 편성하고 있다. 민간 소각장 역시 가용 용량에 제한이 있기에 추가 확보 경쟁에서 타 지자체 대비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김포시는 약 3만t으로 예상되는 내년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해 민간 소각장 활용을 추진, 민간 업체 폐기물 처리 비용 약 36억원을 포함한 90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수도권 매립지 반입이 허용됐던 올해 편성한 폐기물 처리 예산(47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안산시도 내년 3만4천t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 올해보다 대폭 증액한 68억원의 폐기물 처리 예산을 편성했다. 지금껏 직매립해오던 생활폐기물을 민간 소각장 위탁을 통해 전량 소각하기 위해서다. 원거리에 있는 타 시∙도 민간 소각장으로 폐기물을 이송, 위탁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시∙군도 속속 등장했다. 이날 기준 공공기관 계약 입찰 통합시스템 나라장터에는 고양특례시, 안양시, 광주시, 의왕시 등이 발주한 민간 소각 처리 용역 발주 공고가 게시됐다. 해당 공고에는 지역 제한을 두지 않았다. 소각장만 확보된다면 지역이 어디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처사다. 상황이 이렇지만 공공 소각장 확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도는 2030년까지 21개의 공공 소각장을 추가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직매립 금지 조치가 당장 3주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구체적인 안이 마련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도내 시∙군들이 사실상 민간 소각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자체 간 소각 용량 확보 경쟁으로 인한 폐기물 처리 비용 증가 △쓰레기 대란 고착화 △도민 쓰레기 처리 비용 증대 등 피해라는 악순환을 불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소각 시설이 없거나 충분한 용량을 확보하지 못한 지자체는 민간 시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 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어느 지자체가 얼마나 더 높은 단가를 부르느냐에 따라 생활폐기물 처리에 우선순위가 생기는 상황까지 빚어질 수 있으며 이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가격 인상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역별 생활 폐기물 배출량과 인구 규모를 고려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 지금이라도 공공 소각장 확충 윤곽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코앞… ‘민간’만 바라보는 경기도 [집중취재]

2026년 1월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그대로 묻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고 소각재 매립만이 허용되지만 경기도내 대다수 시·군은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민간 소각장을 총동원하면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민간 소각장을 이미 이용 중인 민간 기업 수요나 지역 생활폐기물 증가 여부는 고려되고 있지 않은 탓에 기초지자체들의 ‘쓰레기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기준 도내 1년간 발생한 생활 폐기물은 409만6천525t이다. 이중 에너지 회수처리 및 재활용 폐기물을 제외하고 공공 소각장 26곳이 소각한 폐기물은 128만2천t, 직매립한 폐기물은 28만4천t 규모다. 도는 당장 다음 달부터 직매립해온 28만4천t을 추가 소각해야 한다. 도와 인천시, 서울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6년 1월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도는 시·군 곳곳에 위치한 민간 소각장을 활용, 이 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17개의 민간 소각장이 연 73만t의 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73만t에는 △각 시·군이 위탁 소각 중인 폐기물 11만2천t △위탁 직매립, 소각해야 하는 4천t △서울시 자치구 등 타 시·도에서 반입돼 소각 중인 폐기물 25만t 등 36만6천t이 포함돼 있는 상태다. 도가 직매립 중인 28만6천t을 추가 위탁하면 민간 소각장이 처리해야 할 폐기물은 65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민간 소각장들이 지자체 생활 폐기물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생활·건설폐기물 소각까지 맡고 있고 대다수 시·군은 내년에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1월 각 시군이 민간 소각장으로 생활폐기물 처리를 앞다퉈 위탁할 경우 용량 초과와 그에 따른 지자체와 민간 기업 간, 지자체와 지자체 간 ‘용량 경쟁 및 갈등’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시·군 관계자는 “민간 소각시설 의존은 실현 가능성도 불확실한 미봉책일 뿐”이라며 “당장 직매립 금지가 예정됐는데 소각장 확충은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어 쓰레기 대란에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민간 소각장을 이용할 경우 공공 소각장의 용량 부족 우려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복지사업도 ‘줄줄이 무산’… 사회적 약자 두번 울렸다 [집중취재]

경기도가 내년도 예산을 조정하면서 정신질환자, 장애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던 핵심 복지 사업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재정 악화가 이유이지만 실질적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정책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의 정신질환자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6억400만원에서 내년 4억1천370만원으로 2억여원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지원가 양성사업’과 ‘가족지원활동가 사업’ 등 두 가지 사업이 전액 삭감됐다. 도는 2024년부터 ‘피어가(Peer-ga)’ 양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피어가는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이 서로 커뮤니티 안에서 회복을 돕는 체계로 가족의 심리적 부담을 덜고 사회적 지지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중 동료지원가 양성사업은 회복 경험이 있는 정신질환 당사자가 또 다른 당사자에게 상담·동행·프로그램 참여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들은 위기 대응, 재발 방지, 일상 복귀 지원 등 실질적 회복 활동을 해 왔다. 가족지원활동가 사업은 가족 간 공감·정보 제공·가족나눔전화 운영 등을 통해 장기돌봄으로 소진된 가족을 돕는 사업이다. 이 두 사업 모두 정신질환자와 가족을 위한 ‘최전선 지원’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경기도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전액 중단했다. 무료이동진료사업도 사라졌다. 의료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구강검진과 치료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올해 11억원의 예산으로 1월부터 10월까지 689차례, 1만2천여명이 도움을 받는 큰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도는 시·군에서도 유사 사업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내년부터 사업을 중단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31개 시·군 중 23곳만 유사 사업을 운영하고 나머지 여덟 곳은 제도 공백 상태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사회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가장 소외된 이들을 우선 지원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단체장들은 예산 문제에 부딪힐 경우 보통 반발이 적은 사업부터 줄이거나 일몰시키는 경향이 있어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치적 성과만 우선적으로 펼치는 게 아닌 취약계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도는 약자를 살피는 정책을 재정비하고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을 잇는 정책’ 사라진 경기도…연말에 온기 잃어가 [집중취재]

대한민국 인구 10명 중 3명이 사는 경기도에서 ‘생명을 잇는 정책’이 연달아 사라지고 있다. 헌혈률 전국 최하위라는 오명 속에서도 헌혈 장려 사업은 일몰되고 장기기증 활성화 지원사업 역시 첫해 시행 후 내년 예산에서 사라졌다. 이에 도민의 생명 안전망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가 추진해 온 ‘헌혈활동 장려 지원사업’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일몰 처리됐다. 경기도는 ‘경기도 헌혈 장려 조례’에 따라 도지사가 헌혈을 장려해야 하지만 실질적 사업은 일몰된 데다 시행되는 도내 헌혈 정책 역시 남부권 중심에 머물러 있다. 현재 헌혈 장려 캠페인과 포상사업 등은 경기도의 예산을 지원하고 경기혈액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경기혈액원의 관할 구역은 군포·성남·수원·안산·안양·용인·평택·화성 등 8개 지역뿐이다. 남양주·의정부·고양·부천 등의 지역은 각각 서울·인천 혈액원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포천·여주·가평 등 동북부 지역은 사실상 정책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도내 헌혈 성과도 좋지 않다. 26일 기준 전국 헌혈자 237만3천102명 중 경기도는 21만30명(약 8.8%)에 그쳤다. 1천420만명에 이르는 경기도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대한적십자사가 6월 발표한 ‘혈액정보통계’에서도 도내 헌혈률은 1.7%로 전국 최저였다. 경기도의 헌혈률은 2005년 이후 20년째 1%대에 머물러 있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도민 A씨는 “경기도는 가뜩이나 헌혈률이 낮은데 관련 사업까지 사라지면 위급 상황에 제때 혈액 수급을 받지 못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장기기증 관련 정책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처음 시행된 ‘장기기증 생명나눔 활성화 지원사업’(예산 3천만원)이 내년도 예산에서 사라졌다. 이 사업은 도가 장기기증 희망자 등록을 확대하고 생명나눔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올해 홍보물 제작과 9월 ‘장기기증의 날’ 행사 개최, 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도는 내년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만큼 이러한 정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돼 헌혈·장기기증 활성화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북부권 헌혈 권장을 위해 행사 개최, 홍보활동 등을 구상하고 있다”며 “도민의 생명 연결망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내 곳곳 위험 노출…폭설에 약한 노후건물 ‘경고등’ [집중취재]

2024년 11월 갑작스런 폭설로 안양 농수산물 도매시장 청과동 지붕이 붕괴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노후 건축물에까지 새 적설하중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다’는 경기도 입장 탓에 폭설로 인한 붕괴 사고 위험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경기 지역 지상 적설하중 기준은 0.5kN/㎡(1㎡당 50㎏)이다. 이 기준은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가 폭설로 붕괴, 200여명이 매몰되고 11명이 사망했던 사건을 계기로 국토부가 건축구조기준을 개정, 지역별 적설하중 기준을 강화하며 설정됐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은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 지역별 적설하중 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동절기 안전 점검도 이 기준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는 매년 진행하는 동절기 노후 건축물 안전 진단 과정에서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2014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에 새 기준을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도는 마우나리조트와 같은 PEB 공법으로 지어진 노후 건축물, 자체 기준을 적용했을 때 분류되는 ‘취약 건축물’에 대해 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지성 폭설 심화 등 기후변화, 정부의 지역별 적설하중 기준을 반영하지 않는 도의 점검 체계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 기준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물의 노후화는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20~30년 전 기준에 맞춰 지어진 건물이 기후 변화로 발생한 폭설을 버티려면 그에 부합한 기준을 적용한 안점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안전을 위해 지역별 적설 하중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경기도가 PEB 노후 건축물에 한해 안전 점검에 나서는 것은 ‘반쪽짜리 점검’에 그칠 수 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노후 건축 점검 체계를 세분화,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폭설에 대비한 노후 건축물 점검 의무는 없지만 도가 매년 붕괴 사고 위험을 예방하고자 자체 기준에 따라 동절기 안전 점검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폭설로 인한 취약 시설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붕괴 1년… 또 무너질라, 불안한 상인들 [현장, 그곳&]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26580417

응급장비 없는 전통시장… 골든타임 놓친다 [집중취재]

부천제일시장 차량 돌진 사고로 21명의 사상자가 발생(경기일보 13일 인터넷판 단독보도 등)한 가운데 도내 전통시장 대부분이 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 확보를 결정지을 자동심장충격기(AED) 등 기본 응급장비조차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경기일보가 경기도내 전통시장 151곳과 도내 AED 설치 기관 명단을 대조한 결과, 시장 내 AED가 설치된 곳은 구리전통시장·군포역전시장·군포산본시장·성남청구문화시장·성남미래타운제2종합시장·의왕부곡도깨비시장·하남수산물전통시장 등 단 7곳에 그쳤다. 비율로는 4.6%로 사고가 발생한 부천제일시장을 포함한 나머지 144곳(94.4%)은 AED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보건복지부 고시상 AED 의무 설치 구역에 전통시장이 포함돼 있지 않은 탓이다. 현행 규정은 ▲공공 기관 청사 ▲공항·여객터미널 등 주요 교통시설 ▲대규모 판매시설(연면적 2천㎡ 이상) ▲체육시설 ▲노인복지시설 ▲학교·기숙사 등 일정 규모 이상 다중이용시설에 AED를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소규모 점포가 여러 개 모여 있는 전통시장은 시장 전체를 하나의 시설로 보기 어려워 연면적 기준이나 판매시설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통시장이 응급시설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전통 시장 내에는 지혈용 거즈, 압박패드, 부목, 호흡곤란 환자를 위한 포켓마스크 등 최소한의 응급키트도 찾아보기 어렵다. 상인회가 나서서 응급장비를 설치하거나 최소한의 응급 키트를 구비·관리하지 않는 이상 사고 발생 시 상인이나 시민의 대응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천제일시장을 비롯한 도내 전통시장 상당수가 좁은 통로를 갖고 있어 사고 시 응급 차량의 신속한 접근이 어려운 만큼, 내부에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통시장 내 응급 장비 설치가 확산, 의무화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은 구조적으로 통로가 좁고 동선이 복잡해 사고 발생 시 초동 조치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심정지처럼 발생 직후 4~5분 이내에 대응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상황에서는 AED 등 기본 장비 유무가 사실상 생사를 가른다. 제도 개선을 거쳐 설치가 꼭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단독] '21명 사상' 부천시 전통시장 트럭 돌진 사고, 운전자 뇌혈관질환 앓아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13580193

경기 북부청 ‘종이 없는 행정’ 본격화… 본청도 속도전 필요 [집중취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종이 없는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로 다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서울, 천안 등은 이미 실적 평가에 기반한 다음 단계 계획을 세우며 속도를 높이고 있고 경기도 북부청사도 시범 도입을 통해 체계화에 나섰다. 다만 경기도 본청은 아직 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직적 설계와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정책 수립 단계인 만큼 가능한 범위의 목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은 2023~2024년 ‘종이 없는 저탄소 사무실 추진계획’ 실적 평가를 통해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이를 근거로 2025~2029년 확대 계획을 마련했다. 실제 2022년 대비 지난해 종이 사용량을 22.3% 감축하는 데 성공했으며 2029년까지 1인당 연간 종이 사용량을 1.2박스(2024년 2.3박스)로 줄여 나가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충남 천안시의 경우 2027년까지 종이 사용량 50% 감축을 선언하고 올해 15%(1천730만장), 내년 30%(1천425만장), 2027년 50%(1천17만장)라는 연도별 감축량까지 세분화했다. 경기도 북부청사도 지난해 4월부터 종이 없는 사무실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2025년 상반기 25%, 2026년 상반기 총 5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 본청은 현재 계획 수립 단계다. 도는 내부 조율을 거쳐 2026~2030년 연 10% 감축, 재생지 5% 확대 정도의 비교적 완만한 목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실제 업무에 적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목표치를 잡고 있다”며 “추가 절감 가능성이 확인되면 더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 디지털 전환이 속도 경쟁이 된 상황에서 ‘점진적 감축’보다는 속도와 단계성에서 타 지자체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감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종이 사용은 단순한 자원 낭비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명백한 환경 부담을 초래한다”며 “단기 절감 목표에 머물 것이 아니라 재생종이 확대, 전자문서 시스템 고도화, 문서 생산 자체의 감축 등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특히 인구·업무량·산하기관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는 전국에서 ‘맞춤형 디지털 행정 모델’이 가능한 지자체”라며 “북부청사처럼 속도감 있는 시범 운영을 본청 단위로 확장하고 서울같이 실적 평가 체계를 정례화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탄소중립 약속했지만… 경기도 아직도 '종이행정' [집중취재]

경기도가 지난해 7월 ‘종이 절감 조례’를 제정하며 탄소중립 행정을 약속했으나 여전히 많은 양의 종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도의회는 ‘종이 없는 행정사무감사’를 선언하며 선제적 혁신을 시도하고 있어 도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조례 제정 이후 종이 사용량 감축과 디지털 전환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도 55개 실·국의 최근 3년(2022~2024년) 평균 1인당 종이 사용량은 연 2천813장, 지난해만 놓고 보면 2천530장이었다. 같은 기간 종이와 토너 구입액도 연평균 15억9천900만원에 달했으며 지난해 역시 14억8천500만원을 지출했다. 특히 도 산하 28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1인당 종이 사용량은 5천564장으로 도 본청의 두 배 수준이다. 3년 평균 역시 5천763장에 달한다. 무분별한 종이 사용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A4 용지 1만장 생산에는 30년생 나무 한 그루가 필요하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도 산하기관 직원 1인당 연간 ‘반 그루’, 도 본청 직원은 ‘4분의 1그루’의 나무를 소비하는 셈이다. 아울러 통상 A4 용지 한 장당 2.88g의 탄소가 발생하는데 도 본청은 1인당 1년에 7.3㎏의 탄소를, 산하기관의 경우 16㎏을 배출한 꼴이다. 앞서 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김상곤 의원(국민의힘·평택1)은 9월 열린 제386회 임시회에서 최근 3년간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인쇄·발간 비용은 매년 3억원이 넘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도의회 기재위는 올해 ‘종이 없는 행정사무감사’를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했다. 행감에서 요구 자료 제출부터 자료 열람, 피드백 회신까지 모든 과정을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에 기반해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현재 실·국 및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종이 사용량 감축 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있다”며 “종이 사용량이 많은 부서에는 컨설팅을 진행해 반복적 관행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대형사고 반복되는데… 뇌질환자 면허 제한책 ‘하세월’ [집중취재]

21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부천제일시장 돌진 사고 발생 9년 전, 부산에서도 뇌 질환 운전자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사망자 3명 이상 또는 부상자 20명 이상)가 발생했었지만 뇌 질환자 운전면허 제한 조치는 당시와 지금 모두 하세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야모야병, 뇌출혈 등 운전 중 사고 발생 위험이 큰 질환 보유자에 대한 기준 강화 논의가 일어도 과도한 불이익이라는 형평성 논란에 가로막혀 답보를 반복해서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망자 2명, 부상자 19명을 발생시킨 부천 제일시장 사고 피의자가 주장하는 모야모야병은 뇌의 주요 동맥이 좁아져 혈류 감소로 인한 발작을 유발하는 뇌 질환이다. 특히 2016년 7월 부산 해운대구 한 번화가에서는 뇌전증을 앓던 운전자가 의식 저하 증상으로 통제력을 잃고 돌진,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쳤다. 두 사고 모두 뇌 질환 환자가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큰 변화는 일지 않고 있다. 2016년 부산 사고 직후 경찰은 뇌전증 환자에 대한 적성검사 강화 방침을 밝혔지만 ‘일정 정도 이상 환자’만 제한하는 방식으로 축소되며 실효성 문제가 불거졌다. 대한뇌전증협회 등 일각에서 ‘의료 정보 등 사적 비밀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보건의료기본법 등을 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역시 취지는 운전면허 결격사유 확대였지만, 치매 등 정신질환으로 한정돼 모야모야병이나 뇌출혈 같은 질환은 제외됐다. 이와 관련,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뇌혈관·뇌 병변 질환자 위험도를 고려하면 이들을 별도의 ‘고위험 운전군’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재평가 주기를 단축하고 전문의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해 뇌 질환자 면허 발급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뇌질환 있어도 갱신 OK?”…부천 트럭 사고로 드러난 면허 관리 사각지대 [집중취재]

부천제일시장에서 돌진 사고를 일으켜 21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60대 트럭 운전자가 사고 원인으로 뇌혈관 질환인 ‘모야모야병’ 투병을 주장(경기일보 13일 인터넷판 단독보도)하면서 뇌질환자를 사전에 가려내지 못하는 운전 면허 갱신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16일 한국도로교통공단과 경찰에 따르면 현행 도로교통법 제82조와 시행령 제42조는 치매·조현병·양극성 정동장애·재발성 우울장애·정신발육지연·뇌전증 등 주요 정신·신경계 질환과 다리·척추·머리 등 중증 신체장애를 운전면허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질환 보유자는 지역 보건소 또는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해야 하며, 공단은 정기·수시 적성검사와 전문의 진단으로 운전 적합 여부를 판단하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면허 취득 제한 및 취소·정지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모야모야병을 비롯한 대부분의 뇌혈관·뇌병변 질환은 신고 의무대상, 즉 결격사유 범위에서 제외돼 취득 신체검사 당시 신고도, 공단의 적성검사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갱신 과정에서도 건강 이상 자진 기재만 있을 뿐 병력 제출 의무가 없어 본인이 밝히지 않으면 확인이 어렵고, 적성검사 역시 시력·청력 중심이라 뇌혈관 질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위험 운전자를 가려내기 어렵다. 그나마 결격사유에 포함된 질병들은 법령상 의무신고 대상이라 별도 통계와 검사 체계가 있지만, 이 역시 자진 신고를 기반으로 해 실제 규모를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신고 누락이나 병력 은폐를 당국이 파악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 13일 발생한 부천제일시장 트럭 돌진 사고 피의자 역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모야모야병을 앓아왔고 약 복용도 중단한 상태였다”고 진술하며 뇌 질환 보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도로교통공단도 매년 2만5천~2만7천명의 면허 결격 대상자를 심사하지만 대부분이 음주·무면허·사고 야기자 등에 한정돼 있다. 뇌질환자는 신고·검사 체계 밖에 있어 심사와 통계에서 모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현행 제도상 뇌질환 운전자의 병력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남·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뇌질환 운전자의 경우 본인이 스스로 병력을 밝히지 않는 한 발급·갱신 단계에서 이를 사전에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기홍 인천지법 부천지원 당직 판사는 15일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운전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관련기사 : 대형사고 반복되는데… 뇌질환자 면허 제한책 ‘하세월’ [집중취재]

경기도 ‘복지예산 대폭 삭감’ 뜨거운 감자…정치권까지 번져 [집중취재]

경기도의 2026년도 복지 사업 예산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복지국 예산 중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이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경기도의회 여야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 김동연 지사 역시 이 같은 문제 인식에 공감하며 추가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이 김 지사에 대한 ‘견제구’로 노인 복지 예산 삭감을 꺼내면서 정쟁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내년도 복지 사업 중 총 214건(2천440억원 규모)의 예산을 삭감했다. 이 중 일몰에 따라 전액 삭감된 사업은 64건(240억원), 감액된 사업은 150건(2천200억원)에 달한다. 주요 삭감 사업에는 시·군 노인상담센터 지원 10억원, 노인복지관 운영비 39억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223억원,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지원 26억원, 사회서비스원 운영 지원 62억원, 경기도형 긴급복지 32억원 등이 포함됐다. 예산안이 제출된 뒤 도의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삭감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열린 복지국 대상 행감에서 황세주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비례)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예산규모에 따라 사업규모를 줄이는 게 맞냐”고 지적했고, 정경자 의원(국민의힘·비례)도 “예산심의 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며 복지 예산 확충을 주문했다. 최악의 경우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삭감 철회까지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전날 본회의에서도 같은 지적을 받은 김 지사는 여러 차례 복지 예산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7일 충북 청주시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경기도가 노인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행정 편의주의가 노인 복지의 가치를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이재명 정부의 확대 재정으로 국고보조금이 약 2조원 늘어나면서 지방 매칭 재원이 필요하게 됐다”며 “예산심의 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지적하신 복지 예산은 상임위에서 꼼꼼히 검토하고,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이 전부 반영되지 못한 사업은 1차 추경에서 반드시 채워 넣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노후 발전소 도내 2곳... 해체 매뉴얼 ‘제각각’ [집중취재]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본보 6일자 인터넷 최초 보도)로 7명이 매몰되고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감사원이 올해 2월 발전소 해체 공정의 부실함을 지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기도내 시설 노후화로 철거가 예정된 발전소들 역시 통일된 해체 매뉴얼은 구비하고 있지 않아 구속력 있는 고위험 공정 매뉴얼이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2월 ‘주요 발전설비 운영 및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소들이 안전관리·정비·해체 표준 매뉴얼을 일관되게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화력발전소가 소속된 한국동서발전, 분당복합화력발전소가 소속된 한국남동발전 등은 산하에 발전소를 실제 운영하는 지역별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이들 사이의 표준 매뉴얼이 통일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본사 차원의 통합 해체 표준 매뉴얼 마련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6일 울산 발전소 붕괴 사고가 발생했지만 도내 해체를 앞둔 발전소들은 별도의 해체 관리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원자력발전소는 철거 시 ‘해체 계획서 제출 및 허가’ 절차가 법적 의무지만 화력발전소 설비의 경우 이 같은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 지역에는 △평택화력발전소(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 △포천복합화력발전소(포천파워㈜) △분당복합화력발전소(한국남동발전 분당발전본부) △일산복합화력발전소(한국동서발전 일산발전본부) △안산복합화력발전소(에스파워㈜) 등이 가동 중이다. 이 중 분당복합화력발전소는 올해 1월 발전사업 변경 허가를 받고 노후 설비 교체를 위한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또 평택에 위치한 한국서부화력발전소 평택본부는 2024년 12월 기력발전소 1~4호기 가동을 중단하고 수소복합발전단지 조성에 착수, 해체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정비·보수 단계별 안전매뉴얼은 갖추고 있지만 해체·전환 공정에 특화된 표준 절차서는 없는 상황이다. 분당복합화력발전소 관계자는 “현재 착공 전 단계로 위험 요인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착공 시점이 확정되면 별도의 관리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택화력발전본부 관계자도 “향후 본격적인 전환 일정에 맞춰 해체 절차와 안전관리 기준을 구체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발전소 해체는 고온·고압 설비와 중량물, 유해물질이 복합된 고위험 공정으로 자회사 자체 판단으로 철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본사 차원의 통일된 해체 매뉴얼 수립은 물론이고 정부가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단독]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근로자 7명 매몰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6580177

해체 앞둔 노후 발전소 2곳… 경기도 남일 아니다 [집중취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가 철거 과정에서 붕괴(본보 6일자 인터넷판 최초 보도)돼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에도 해체를 앞둔 노후 발전소가 두 곳이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단지와 주거지에 전력을 공급하던 성남, 평택 내 화력발전소가 현대화 내지 재조성을 위한 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성남 내 발전소는 도심과 인접하기까지 해 유사시 피해 확산이 불가피해서다. 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시에 위치한 분당복합화력발전소는 1993년 준공, 가동 30년을 넘기며 노후해 현대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남동발전은 2024년 말 시공사 선정을 거쳐 올해 10월 성남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얻었으며 기존 시설 철거 및 새 설비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1980∼1983년 평택 포승읍 일원에 순차 완공된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 역시 시설 노후를 이유로 2024년 12월31일 1∼4호기 가동을 중단, 발전 방식 전환을 위한 해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6일 울산화력발전소 붕괴가 노후 시설 철거 중에 발생했고 발파로 철거하기 위한 ‘취약화 작업’(건물 기둥 등 구조물 일부를 제거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무너지게 하는 작업)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며 유사 사고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분당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 맞은편 버스정류장과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고 주변부에 상가와 공동주택 단지 등이 밀집한 상태다. 철거와 리모델링 과정에서 붕괴나 화재, 유해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주민 피해와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인근 주민 A씨는 “이곳은 유동 인구와 주거 시설이 모두 많은 곳인데 혹시라도 (발전소에서) 붕괴나 화재 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피하거나 대응해야 할지 몰라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발전소는 내부에 위험한 설비가 복잡하게 들어서 있어 해체 작업 시 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경기 지역 발전소의 경우 도심지에 위치한 곳이 많아 운영, 철거 등 모든 과정에서 더욱 철저한 안전 기준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소방청은 이날 김승룡 청장 직무대행 주재로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인명수색, 해체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협의체 운영, 전문 구조대원 추가 투입, 24시간 연속 수색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 관련기사 : [단독]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근로자 7명 매몰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6580177 경기도 노후 발전소 도내 2곳... 해체 매뉴얼 ‘제각각’ [집중취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7580197

“속은 것도 억울한데 처벌까지”... 보호 사각지대 놓인 사기 피해자들 [집중취재]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허위 신고자로 처벌받는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되면서 현장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17개월간 투자 리딩방 특별단속 결과 총 7천232건(검거 인원 3천300명)이 적발됐으며 피해액은 8천949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리딩방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도 대응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민 금융피해 방지 대책의 하나로 민생파괴 금융범죄 처벌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투자 리딩방 피해자 역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는 관행으로 피해자가 오히려 기소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등 12명은 지난해 12월6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최근 기존 보이스피싱보다 지능화된 수법으로 투자 자문을 가장한 사기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불법 리딩방을 통한 사기 행위 역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전기통신을 이용해 일어나므로 현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정의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판례와 수사 실무 간 괴리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자들의 지급정지 신청 문제는 단순히 매뉴얼 부재가 아니라 법적 근거 자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며 “경찰이 판례만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명확한 법률이나 규정, 최소한 내규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만으로 일선 경찰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기는 어렵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주식 리딩방은 자본시장법상 규제 근거가 있지만 코인 리딩방은 관련 조항이 전무해 사각지대가 넓다”며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코인 리딩방을 명확히 포함시키고 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나아가 로맨스 스캠 등 신종 범죄까지 지급정지 범위를 확장해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좌 지급정지 했다가…리딩방 사기 피해자, 가해자 둔갑 [집중취재]

#1. A씨는 공모주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해 200%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중개사의 말에 속아 1억원을 투자했으나 상장 후 배정받은 주식은 단 1주에 불과했다. 뒤늦게 사기임을 깨닫고 지급정지를 시도했으나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해야만 가능하다는 안내를 들었다. 돈을 되찾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지급정지를 신청한 A씨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2. B씨는 유튜브 광고를 보고 코인 리딩방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찾으려다 계정 업그레이드와 세금 납부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는 수 없이 요구한 금액을 입금했으나 연락이 끊겼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계좌 지급정지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급한 마음에 은행에 직접 지급정지를 신청한 B씨는 피의자가 됐다. 투자 사기 피해자들이 범죄 피해 복구를 위해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했다가 오히려 허위 신고자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법상 보이스피싱 범죄에 한해 지급정지가 가능하도록 규정된 조항 때문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 피해자 역시 보이스피싱과 동일한 보호 대상으로 판단하는 판례를 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이 같은 판례를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를 오히려 피의자로 수사하는 실정이다. 최근 투자 리딩방 등 투자 사기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한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인정했다. 선물 투자 리딩 범죄 조직원에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적용된다고 인정하면서 투자 리딩방 피해자들 역시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지급정지 및 피해구제 대상이 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 취지다. 이후 하급심에서도 리딩방이나 가상자산 사기를 보이스피싱으로 인정해 지급정지를 신청했다가 기소된 피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판례가 속속 나왔다. 그럼에도 현장 수사와 기소 관행은 달라지지 않았다. 부산경찰청은 최근까지도 주식 리딩방 피해자들이 허위 신고로 지급정지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200여명을 수사하고 있으며 경기지역 피해자도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검찰에 송치돼 약식기소로 200만~3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참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해당 판례와 100%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민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리딩방 사기나 가상자산 사기 피해자의 지급정지 신청은 사실에 기초한 구제 행위일 뿐 허위 신고가 아니다”라며 “대법원이 정당한 권리 행사로 판시했음에도 이들을 다시 허위 신고자로 몰아 처벌하는 것은 법의 목적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금난… 제약·바이오, 10년 넘는 신약 개발 중단 [집중취재]

국내 제약·바이오 현장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직면해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장기적·비수익적인 신약 개발 ▲제한적인 세제 혜택 등으로 인한 자금난 이유로 시장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도약’을 선언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치고 나가는 사이 한국의 제약·바이오계는 여전히 현실과 목표 간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제약·바이오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의약품에 대한 100% 관세를 예고했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한미 협상으로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 제네릭은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됐다. 다만 바이오시밀러 관세는 불확정이어서 업계는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흔들리는 국제 정세와 함께 내부적으로도 산적한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부담은 ‘길고 비싼 신약 개발’이다. 신약 개발은 ▲유망 물질 탐색 ▲동물실험 ▲임상 1~3상 ▲당국 승인 등 과정이 필요하고 약 10~15년이 걸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평균 비용은 약 3조원(22억 달러), 임상 실패 비용은 10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임상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업계에서는 이를 ‘죽음의 계곡’이라 부른다. 연구개발(R&D) 자금 대부분이 기업 부담인데 세제 지원도 충분치 않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혁신 기술이 있어도 상용화 단계에서 좌초된다”는 토로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도 격차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매출 1위 제약사는 미국 존슨앤드존슨으로 75조원을 기록했고 애브비·머크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 운난백약그룹도 약 7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 글로벌 13위 규모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작년 매출 4조원을 넘기며 선전했지만 5조원 이상 기업은 없다. 경기도내 한 바이오기업 연구소장 A씨는 “최근 바이오 투자가 급감하며 벤처사들이 자금난에 직면했다”며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선별적 집중투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 B씨는 “신약 개발에 10년 이상, 임상 3상까지 시간이 길어지는데 R&D 15% 이상을 투자해도 제도 지원이 부족하다”며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 역량 강화가 국민 건강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죽음의 계곡’ 향하는 韓 제약·바이오 연구개발 ‘속병’ 新처방전 ‘발등에 불’ ■ AI로 심사 빨라진다지만…현장은 속도보다 ‘균형’ 세계 10위권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수출 규모를 가진 우리나라는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재명 정부는 관련 산업을 5대 강국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으로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을 발표하고 다양한 과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현장에선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과 함께 시장 수요에 맞는 효율적인 R&D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은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수출 2배 달성,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 임상시험 3위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는 ▲수요자 체감형 규제로의 대전환 ▲기술·인력·자본 연계로 혁신 성장 가속화 ▲앵커·바이오텍 기업 동반 성장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세워졌다. 정부는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신약을 심사하는 구조를 마련, 400일 이상 소요되는 허가심사 기간을 240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인력을 늘리고, 인공지능(AI) 심사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심사는 1단계가 지나야 2단계를 시작하는 순으로 자료를 검토해 절차가 길어지는데, 이를 1단계+2단계 동시 체계로 바꾸는 방식이다. 또한 AI 신약개발과 로봇 자동화 실험실 등 ‘AI-바이오 의약기술 대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해 연구 생산성을 높인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과 지원이 현재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지 점검이 먼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디지털바이오, AI 바이오 등 미래 기술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개발 중인 1천여개 이상의 신약 후보 물질과 연구 과제 등을 유지하고 있어 현장 수요와의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 만큼 현장에서의 수요를 고려해 상호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연구개발비 90% 기업이 부담…“뒷받침할 정책 절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낸 ‘2023년 바이오헬스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제약 산업의 총 연구개발비는 4조1천748억원으로, 이 중 94.2%가 기업 자체부담금이었다. 정부 등 외부 재원은 5.8%에 그쳤다. 제약·바이오 현장에서는 정부가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음에도,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직접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연구개발 지원이 대기업·중견·벤처스타트업 등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게 세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예를 들어 벤처스타트업의 경우, 실질적으로 현재 벌어들이는 ‘돈’이 없기에 세제 혜택에서 소외된 그룹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조세지원 체계가 매출 기반으로 돼 있어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개발에만 12년 이상이 걸려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더해진다. 무엇보다 신약 연구는 실패 위험이 높은 만큼, 이를 뒷받침할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위한 메가펀드를 꾸준히 확대하고, 세액 공제를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특성상 국민 건강의 증진과 공공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관련 지원을 ‘국가적 투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KIET 산업연구원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과 및 발전 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제네릭의약품 출시 이후, 약 1천여억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이사는 “연구개발의 성과는 결국 국가로 돌아간다”며 “어떤 신약이 개발돼 치료 효과가 높아지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절감은 물론 기술수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국부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유행 당시처럼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에 의존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신약 개발을 단순한 산업 차원이 아닌 ‘국가 안보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각축전 속…“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만들어야” 미국에 뒤이어 세계 2위 바이오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이미 2015년부터 10년 장기 계획을 세워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과 인재 투입을 대폭 늘려 성장에 속도를 내고, 세계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가 10년 만에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R&D 투자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정부 발표에서는 ‘혁신 거점, 네트워크 강화로 글로벌 진출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바이오 클러스터 거점 구축 ▲주요 글로벌 전문의학회 참여 확대 ▲해외마케팅 지원 서비스인 ‘K-바이오 데스크’ 확대 등이다. 다만 업계는 이 방안이 현장의 요구와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실태조사에서 제약 산업 450곳 중 60.3%가 해외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금융지원’을 꼽았다. 정부의 해외 진출 지원정책이 물리적 네트워크나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기업들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자금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9.3% 늘려 편성했다. 바이오, AI, 방산, 에너지, 제조 등 6대 첨단산업에 올해보다 2조6천억원 증가한 10조6천억원을 세웠다. 보건복지부의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개발 예산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때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기업과 기술 분야에 적재적소로 배분되는지 시스템을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더해진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국가 R&D 예산이 35조원을 넘어선 만큼 한정된 재원을 바이오 산업에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위한 정책 기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역시 “연구개발 실적에 따라 세제 지원이나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통해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다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는 신약 및 첨단의약품 개발 촉진 등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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