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택 장애인 가족’에게 따뜻한 이웃이 있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이웃이었다.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 주민이다. 오랜 세월 함께 살던 장애인 가족이다. 구성원 모두가 지적·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이들이 갑자기 마을에서 사라졌다. 낯선 이들이 들어와 인테리어를 했다. 이웃들이 수소문해 장애인 가족을 찾았다. 극비리에 집으로 데려왔다. 집과 부동산이 타인에게 증여된 사실을 파악했다. 주민이 나서 경찰에 고소했다. 본보가 보도하기 시작한 것도 주민들의 뜻이었다. 요구는 벽에 부딪혔다. 경찰이 지난달 5일 무혐의 처리했다. 고소된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이었다. 동네 주민들은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이의 신청도 했고 본보 등에 부당함을 알렸다. 본보가 취재를 통해 증여 과정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다행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검찰의 재보완수사 요청이다. 9일 내려진 조치다. 관할 평택경찰서는 “검찰의 재보완수사 요구에 맞춰 면밀하게 다시 수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집과 부동산을 돌봄센터 대표 A에게 증여했다. A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적지 않은 부동산을 ‘넘겨 줄 이유’가 설명돼야 한다. A는 본인과 아들 등 가족 3명을 장애인 가족의 활동지원사로 등록했다. 18개월간 활동지원을 했다며 급여 1억8천만원을 받았다. 장애인 가족도, 마을 주민들도 실제 지원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마을 CCTV, 목격자 진술, 알리바이를 봐야 한다. 어려운 수사가 아닐 것이다. 장애인 가족 5명이 보험설계사인 A의 언니를 통해 6개 보험에 가입했다. 장애인 가족이 부담한 보험료가 매달 43만원이다. 중증 장애인에게 주는 각종 지원 혜택이 있다. 장애인 5명이 6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측이 1억원을 썼다는 장애인 가족 집 인테리어도 그렇다. 중증 지적장애와 시각장애 가족이다. 이들이 인테리어를 선택할 이유가 설명돼야 한다. 1억원을 사용했다는 증빙도 조사돼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요구는 복잡하지 않다. 이 같은 부분을 경찰이 밝혀 달라는 것이다. 장애인 이웃이 쫓겨나다시피 한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본보 보도에 답지한 댓들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장애 가족을 내 몸처럼 생각하는 이웃”, “이런 이웃이 있어 아직 살 만하다”. 노와리 이웃의 걱정과 의혹을 속 시원히 풀어주기 바란다. 경찰이어도 좋고, 국가인권위원회여도 좋다.

[사설] 불난 배터리, 생산 앞둔 현대 계열사 제품

유엘솔루션은 김동연 지사의 10월 투자 유치 명단에 있다. 향후 1천억원까지 투자해 ‘첨단 자동차·배터리 시험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 시험센터가 들어설 곳은 평택 오성 외국인 투자지역이다. 첨단 모빌리티 및 EV(전기차),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전용 배터리의 성능, 신뢰성, 안전성 평가에 특화된 테스트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렇게 기대를 모은 기업에서 배터리 화재가 났고 구조적 문제까지 드러나고 있다. 화재 일은 지난달 11일이다. 평택 유엘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시험 도중이었다. 취재 결과 문제의 배터리는 현대모비스 제품이었다. 현대모비스가 양산을 앞둔 전기차에 적용될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충전·방전 등의 시험을 유엘솔루션에 의뢰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완성차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을 포함해 제동·조향·구동 등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부품을 개발·공급한다. 화재가 발생한 사업장은 청북읍 소재 유엘솔루션 평택시험소다. 이곳은 국토교통부 등에 제작·시험·검사시설로 등록하거나 성능시험 대행자로 지정받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험을 수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엘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시험과 관련된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른 공인시험기관 인정제도인 KOLAS 인정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법과 규정을 적용한다면 사업장을 할 수 없는 곳이다. 그동안 배터리 충전·방전 시험을 해온 곳도 공장 내부에 임시 사무실로 신고한 가설 건축물이다. 자동차관리법 제30조는 자동차(미완성 자동차, 단계 제작 자동차 등) 제작·조립 또는 수입하려는 자는 해당 자동차가 자동차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인증(이하 자동차 자기인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자동차 자기인증을 하려면 자동차의 제작·시험·검사시설 등을 국토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해당 자동차 배터리를 인증받기 위해 유엘솔루션에 배터리 충전·방전시험 등 시험을 의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시험을 맡기려면 시험 결과의 신뢰성과 적합성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해 선정한다”며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가 양산을 앞둔 제품이긴 하지만 현재 유통 중인 제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확인 후 조치하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유엘솔루션은 미국은 물론 유럽 등지에선 알려진 기업이다. 미국에선 안전 조처를 철저하게 강구한 뒤 실험한다. 시민단체들이 본보를 통해 묻고 있다. “한국 내에선 인허가도 받지 않고 안전대책도 없이 실험을 하는 건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 아닌가.”

[사설] ‘철도 복지 경기도’의 시작은 GTX-C 착공이다

경기도내 12개 철도 노선이 궤도에 올랐다. 제2차 도시 철도망 구축 계획 반영이다. 12일 국토부가 최종 승인·고시한 청사진이다. 1차 계획에서 밀렸던 6개 노선과 함께 신규 6개 노선이 반영됐다. 총연장 104.48㎞에 총사업비는 7조2천725억원이다. 김포·광주·용인·고양·시흥·성남·수원 등이 혜택 지역이다. 경기도 도시 철도 건설의 중장기 청사진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경기도는 설명했다.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와 다른 ‘철도 고통(苦痛)’이 있다.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는 GTX-C 노선이다. 민간투자(BTO) 방식으로 컨소시엄 주간사는 현대건설이다. 지난해 1월25일 의정부에서 착공식까지 열었다. ‘2023년 착공, 2028년 완공’ 일정도 공표했다. 그래 놓고 2년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런저런 분석은 많지만 문제의 출발은 돈이다. 민간은 ‘공사비 급등’에, 국토부는 ‘중재안 도출’에, 기재부는 ‘형평성 부담’에 막혀 있다. 의정부시민들이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4일 ‘GTX-C 조속 착공 시민 결의대회’를 했다. 시민들이 “정부가 조속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 정책 신뢰 회복을 위한 즉각 착공, 출퇴근 고통 해소를 통한 저녁이 있는 삶 보장, 개통 시기 단축을 위한 최우선 추진 등의 시민 요구를 채택했다. 이게 어찌 의정부시민만의 요구 사항이겠는가. GTX-C를 향한 경기 북부 전체의 갈망일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부작용도 감지된다. 10월 회천중앙역 파라곤 특별공급 청약이 있었다. 544가구 모집에 42명만 지원했다. 1순위 청약에서는 803가구 모집에 134명 신청했다. 2순위 청약에서도 청약률은 7.6%였다. 라피아노 스위첸 양주 옥정도 미분양으로 3억원대 가격 할인까지 제시하고 있다. 지웰 엘리움 양주덕계역도 1천319가구 모집에 156명만 신청했다. GTX-C 지연이 부동산 시장까지도 얼어붙게 했다. 사업시행자는 급등한 물가를 반영한 계약을 원한다. 국토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어느 정도 수긍한다. 기재부는 ‘규정도 없고 형평도 안 맞는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견이 오가면서 2년을 허송했다. 최근에는 재정 사업으로의 전환 얘기도 흘러나온다. 물론 이것도 책임 있게 나온 얘기는 아니다. 이쯤 되면 ‘지연된 일정’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부작위’, 이게 바로 복지부동의 전형이다. 철도 노선 12개가 입안(立案)됐다. 중요하다. 착공식 끝낸 철도 노선이 멈춰 있다. 더 중요하다. ‘철도 복지’ 경기도의 출발은 GTX-C 노선 착공이다.

[사설] 수원FC, ‘이사(理事)’들이 축구했나

수원FC에 ‘책임의 시간’이 와 있다. 6년 만의 리그 강등에 대한 책임이다. 이사장 이하 이사진 전원이 사임했다. “구단 수뇌부는 그 어느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사회부터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공식 입장이다. 결단의 취지를 존중한다. 그런데 책임의 크기는 잘 모르겠다. 적정성이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이사회에 그럴 만한 권한이 있었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었나. 수원FC 역사에는 명확한 구획이 있다. 2013년 이후 2020년까지다. 대체로 2부 리그 시절이다. 2016년 승격했지만 곧바로 강등됐다. K리그1 역사는 2021년부터 시작이다. 2025년까지 다섯 시즌을 연속 지켰다. 성적은 2021년 5위, 2022년 7위, 2023년 11위, 2024년 5위, 2025년 10위다. 현 최순호 단장—김은중 감독체제는 2023 시즌부터다. ‘첫해 추락 위기—이듬해 5위—셋째 해 10위 강등’이었다. 등락이 크다. 전임 김호곤 단장 체제가 이룬 성적도 있다. ‘승격-5위-7위’라는 호성적이었다. 이승우 선수의 성공적 영입도 이 시기에 있었다. 시(市)가 김호곤 단장 체제와 2022년 말 결별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의 우려와 반대가 있었다. 수원FC 공식 서포터스인 리얼크루가 그 핵심에 있었다.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24년 5위라는 성적은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시즌은 ‘강등권(잔류)-강등권(추락)’이었다. 책임론의 중심이다. 여기에 주목할 주장도 있다. 주장 이용 선수의 발언이다. “프런트부터 바뀌어야 한다.” 감독은 경기를 만들고 프런트는 판을 만든다. 선수 영입·방출·연봉, 이적 전략, 행정 지원.... 많은 업무가 프런트에 있다. 시민구단에서의 프런트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이용 선수가 ‘프런트 변화’를 꼭 집은 배경은 알 수 없다. 언론도 ‘작심 발언’이라고 평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보도한 바는 없다. 하지만 중하게 듣고 토론해야 할 부분이다. 안타깝다. 2026년 K리그1 지도에서 수원은 지워졌다. 수원삼성도 1부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의 실망이 크다. 하지만 두 팀 사이에는 엄존하는 차이가 있다. 수원삼성은 기업이 주인이고, 수원FC는 시민이 주인이다. 수원삼성은 자금으로 운영되고, 수원FC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수원삼성의 책임은 기업이 묻는 것이고, 수원FC의 책임은 시민이 묻는 것이다. 그래서 수원FC의 책임이 축구와 행정에 걸쳐 있는 것이다. 이사회가 ‘구단 수뇌부 책임’을 얘기했다. 선수 대표가 ‘프런트 변화’를 언급했다. 속 시원히 말해야 하고 함께 토론해야 한다. 패배를 당당히 내 건 대화의 장(場)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2027년에 승리한다.

[사설] 1인 가구 시대, 고독사 예방대책 절실하다

고령화·만혼 등으로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800만을 넘어선 시대가 됐다. 지난 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804만5천가구로 전년 782만9천가구 대비 2.8%인 21만6천가구가 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 4년 전인 2020년 664만3천가구에서 2024년 무려 약 140만가구가 증가했다. 전체 2천229만4천가구 중 1인 가구 비중도 36.1%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경기도는 전국에서 1인 가구가 최대 비중이다. 지난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1인 가구는 177만5천가구로 전국 1인 가구의 22.1%가 집중돼 있다. 인천시 역시 5.1%인 41만2천가구로 전국 6위다. 문제는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외로움과 고립감에다 우울증까지 노출되기 쉬워 우울증 환자 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11월2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는 3천924명으로 2023년의 3천661명보다 263명(7.2%) 늘어났다. 경기도의 경우 역시 1인 가구의 최고 비중과 함께 고독사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는 2023년 922명, 2024년 894명이며 인천시도 지난해 260명이 고독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고독사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경기도는 물론 기초지자체에서 이에 대한 예방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가 고독사 증가세 대응을 위해 추진 중인 전담 TF(가칭)가 2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도 차원의 고독사 예방 사업(1개)과 전담 인력은 1명뿐이다. 도가 이런 실정이니 시·군 간 관리 정책 협의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비해 인구 규모와 1인 가구 수가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인 서울시는 2022년 ‘사회적 고립가구지원센터’ 설치를 거쳐 올해 1월부터 전국 최초로 광역단위 ‘고립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도 지난 11일 민관이 함께하는 ‘외로움 대응단 발대식’을 열고 내년 1월에 ‘외로움돌봄국’을 신설, 1인 가구의 고립·고독사 문제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인력과 재원을 조속히 확보,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고립·고독사 예방대책을 적극 마련하기 바란다.

[사설] ‘밥값’에 예산 멈춰 세운 고양시의원 11명 이름

고양특례시의회 예결특위 의원은 11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이 6명, 국민의힘이 5명이다. 위원장은 정민경 의원(민주·고양바), 부위원장은 고부미 의원(국힘·고양라)이다. 고덕희(국힘·고양사)·공소자(민주·고양아)·김민숙(국힘·고양나)·김수진(국힘·고양타)·송규근(민주·고양라)·신인선(민주·비례)·엄성은(국힘·고양아)·임홍열(민주·고양가)·최성원 의원(민주·고양카)이다. 여야 정당 구분 없이, 옳고 그름 판단도 없이 그 명단을 밝힌다. 고양특례시의 2026 예산을 뭉개고 있는 의원들이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예산안이다. 뒷골목 도로 포장 예산까지 포함된 3조5천억원이다. 2025년도 20일 남은 11일 오전까지 멈춰 있다. 문제는 여야 갈등이고 그 시작은 밥값이다. 심의를 진행하던 8일 점심 시간이었다. 국민의힘이 단체식사를 거부하고 따로 먹겠다고 했다. 비용은 위원회 예산으로 결제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이 안 된다고 했다. 회의는 산회됐고 3일째 이렇다. 양측의 밥값 투쟁은 옮겨 적기에도 민망하다. 다만 시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겨 보겠다. 국민의힘이 9일 밝힌 보도자료다. “위원장(민주당)이 법적 근거 없이 개별 식사 불허를 고집하고 의원들의 식사 방식을 통제하려 한다. 월권이다.” 여기에 밝힌 위원장의 반박은 이렇다. “유권해석 결과, 식사 안내는 위원회 명의로 하고 장소 결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결심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국힘이 (문제를 끌어) 회의가 중단됐다.” 어떻게 해석해도 어이없다. 국민의힘은 ‘우리끼리 먹을 테니 카드 달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같이 안 먹으면 카드 안 주겠다’는 것이다. 개인 돈으로 먹으면 안 되는 것인가. 카드 주면 감옥이라도 가는 것인가. 결국 이 논쟁이 법률 전문가에게까지 갔다. 시의회 사무국이 3명의 자문 변호사에게 의뢰했다. 당연히 자문료가 지급되는 변호사다. 시민의 혈세다. 그 사이 12일이면 제299회 제2차 정례회도 끝난다. 처리가 어려워졌다. 이뿐이면 말을 안 한다. 예산 심의 마찰은 고양특례시의회 연례행사다. 2022년 ‘예산안·임시회 파행·지연’, 2023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등원 거부·집단 행동’, 2024년 ‘새해 본예산 심의 대규모 삭감을 둘러싼 충돌’ 등이 있었다. 예산 견제라는 의회 기능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유독 고양특례시의회에서 거칠게 반복되는 파행의 역사다. 그러더니 2025년에는 ‘밥값 파동’까지 왔다. 이거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 옳고 그름을 우리가 판단하지 않겠다. 중요하지도 않다. 민주당 주장, 국민의힘 주장도 그들만의 논리다. 진짜 매섭게 판단할 것은 유권자다. 5개월 뒤 투표장으로 이어질 표심이다. 의회라는 익명성에 숨어 있는 실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 판단에 도움을 주고자 11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사설] 李정부, 평가원장 사임으로 교육 방향 내보이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책임이다. 이번 수능 영어 영역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3.11%에 그쳤다. 수험생 숫자로는 1만5천154명이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다. 상대평가일 때 1등급 비율인 4%보다도 낮았다. 지난 6월 모의 평가 영어 1등급 비율도 19.1%였다. 16%포인트 차이로 ‘널뛰기 난이도’ 지적이 있었다. 이 같은 ‘불(火)영어’로 수시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하는 혼란이 초래됐다. 지난 8일 교육부가 수능 출제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교진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 원인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출제진과 검토진 사이에 이견이 없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장관의 국회 발언 하루 만인 10일 오 원장이 사임한 것이다. 그는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오 원장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8월 취임했다. 임기 3년을 8개월여 앞두고 퇴임했다. 평가원장의 중도 하차가 특별할 건 없다. 역대 평가원장이 11명 있었고 이 가운데 8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유는 ‘복수 정답’, ‘출제 오류’였다. 명백한 오류와 혼란 야기에 대한 책임 연계가 분명했다. 수능의 난이도가 사임의 유일한 원인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수능 전 과목이 아니라 특정 과목의 난이도가 문제 된 유일한 사례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여겨지는 게 2019년 수능이다. 2018년 11월 시행된 시험의 국어, 수학, 영어가 다 어려웠다. 2022년 수능은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논란이 컸다. 파행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불수능이 치러졌다. 역시 국어, 수학, 영어가 모두 어려웠다. 불수능 때마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고교 교육과정 이탈 가능성, 학생·학부모 혼란 극대화 등이었다. 특히 사교육 의존도 증가 우려가 중심에 있었다. 반대로 ‘물(水)수능’ 논란도 심심찮게 제기됐다. 2012, 2015, 2023년도 수능이 그런 경우다. 이때 문제는 정시 경쟁 과열, 대학별 눈치 싸움 등이었다. 결국 판단은 당해 정권의 교육 이념과 결부된다. 사교육과 공교육,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의 선택이다. 이번 오 원장 사임에는 교육부의 보여준 일련의 메시지가 있었다. 그만큼 사교육 근절, 평준화 교육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가치가 발현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사설] 고양시의회, 밥값 1만원에 3.5조 심의 중단

흔한 ‘밥그릇 싸움’도 아니다. 달랑 ‘밥값 싸움’이다. 고양특례시의회 예결특위가 저지른 사달이다. 8일 예결특위 정회 중에 식사 자리 이견이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밥을 따로 먹겠다고 요구했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결제 카드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식사를 따로 할 때 시의회 경비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결국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예결특위는 산회됐다. 대한민국에 밥값 때문에 산회된 의회가 있었나. 지방의회 의원의 식대는 자체 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일반 회의 식사는 한 끼 상한이 1만~2만원이다. 외부 인사 간담회 때는 3만원 전후다. 업무추진비 식사 때는 3만~5만원이다. 이 경우는 일반 회의 식사로 봐야 할 듯하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좀 다르다. 결제 카드 사용 권한을 두고 벌어진 다툼이다. 유권해석을 해야 할 시의회 사무국도 난감해 한다. 입법 고문이나 자문 변호사에게 질의해야 하는데, “너무 창피하다”고 한다. 피해가 회의장 밖으로 튀었다. 특위 심사를 기다리던 다수의 집행부 직원들이 있었다. 기후환경국, 교육문화국, 도시주택정책실, 자족도시실현국 등 4개 국·실 직원들이 대기 중이었고 고양문화재단, 고양산업진흥원 등 2개 산하기관 직원이 있었다. 수십명에 달했다. 이들이 난데없는 ‘밥값 갈등 산회’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뒤늦게 사유를 알게 된 공무원들이 어이없어 했다. “이야말로 시의회 갑질”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밥값 논란의 이면에는 역시 여야 갈등이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예산안을 주도하고 있다. 예결특위 구성도 민주당 6명, 국민의힘 5명이다. ‘협조 안 하겠다’는 국민의힘이고, ‘그러면 카드 안 준다’는 민주당이다. 유치하기까지 하다. 예결특위가 처리해야 할 예산안만 3조4천218억원이다. 일반회계 2조8천738억원, 특별회계 5천480억원이다. 110만 고양특례시민의 2026년 생계다. 이 돈을 ‘시의원 밥값 1만원’이 막았다. 이해되지 않는 의회 장면이 어디 한둘인가. ‘점심 시간 임박 산회’가 있다. 어느 구의회에서 조례를 두고 팽팽한 토론을 벌였다. 오전 11시50분이 되자 “점심 시간 됐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의장님 심기 불편 산회’도 있다. 어느 군의회에서 의원이 의장 관련 의사 진행 발언을 했다. 의장이 “감정이 상해서 회의 못 하겠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불행히도 이번 고양특례시의회의 ‘밥값 카드 산회’도 거기에 넉넉히 포함될 것 같다. 이런 시의원들이 또 표를 달라고 하지 않겠나. 그래서 걱정이다.

[사설] 경기도 산하기관, 심각한 채용 비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기도 주요 산하기관의 신입 초봉은 얼마나 될까. 경기연구원 4천여만원, 경기도일자리재단 3천300여만원, 경기문화재단 3천500여만원, 경기관광공사 3천700여만원, 경기주택도시공사 3천200여만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3천800여만원 등이다. 채용정보나 기업정보 사이트를 근거로 봐서 이렇다. 사이트에 따라 실제 급여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체 직원의 평균 임금은 이보다 1.5~2배에 이른다. 상당히 좋은 수준이다. 경기도 행정의 일부를 담당한다. 경기도민을 위한 공적인 업무다. 여기에서 오는 사명감과 자부심도 작지 않다. 공직에 준하는 직업의 안정성 또한 매력이다. 많은 청년들에게 경기도 산하기관은 그래서 선망의 대상이다. 당연히 우수한 인재들이 몰린다. 그만큼 입사 경쟁률도 치열하다. 취업 방식은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이 일반적이다. 직장이 좋은 만큼 채용의 공정성도 생명이다. 경기도 감사위원회가 채용 전 과정을 엄격히 감사했다. ‘2024년 신규채용 및 정규직 전환 대상자’ 감사 결과 발표다. 도 산하기관 28개 가운데 23개 기관이 감사 대상이었다. 여기서 적지 않은 지적 사항이 발견됐다. 행정상 지적이 20건 나왔다. 조치는 주의 16건, 개선 1건, 통보 3건이다. 신분상 지적도 6명 나왔다. 조치는 경징계 3명, 훈계 3명이다. 다시 유형별로 보면 절차 미준수 8건, 시험전형평가 부적정 6건, 예비합격자제도 운영 부적정 2건, 위원 구성 부적정 2건, 기타 2건이다. 일부 사례가 공개됐다. A기관은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채용 계획에 따라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사전 심의 없이 채용공고를 게시하고 나중에 인사위원회 심의를 진행했다. 또 신규 직원 채용 시 임직원 친인척에 해당하는 직원 수를 재단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 B기관은 공고된 모집 분야와 지원 자격이 다른데도 채용했다. C기관은 규정에 따른 필기시험 기준과 다른 기준을 공고하고 절차를 진행시켰다. 살폈듯이 조치는 행정상 지적 20건, 신분상 지적 6명이다. 신분상 지적이래야 경징계 또는 훈계 수준이다. 내용을 보면 심각한 채용 비리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니 더 아쉬운 점이 있다. 차라리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 좋을 뻔했다. 탈락자에게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하고, 추후 응시생에게는 준비를 위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소속 직원들의 입장이다. ‘무더기 채용 비위’가 있는 것처럼 보여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툭하면 비위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공공기관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그 내용을 자세히 밝혀주는 게 좋다.

[사설] 개혁적인 법관회의도 ‘위헌·재판침해 우려’ 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이념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다만 주요 사건 때마다 취해온 기본 방향이 있다. ‘양승태 사건’에서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2017~2018년). ‘사법농단 판사’에 대해서는 탄핵 논의를 인정했다(2019년). 법원장 추천제·인사권 분산을 요구했다(2021년). 판단 기조는 세 가지로 모아진다. 사법부 독립성 수호, 사법 행정 투명성 강화, 법관 인사권 집중 완화. 법원장회의 등 고위 법관 집단과는 사뭇 다른 개혁성이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런 성향에 대한 기대가 있어 보인다. 내란재판부설치법의 핵심이 판사 추천권이다. 추천위원회를 세 방향으로 규정했다.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다. 헌법재판소는 법원 조직이 아니다. 법무부 장관도 검찰 조직 쪽이다. 법원에 추천권을 줬는데 그게 판사회의다. 대법원장도, 법원장회의도 배제됐다. 여당이 판사회의를 바라보는 시각, 또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그 법관대표회의가 입장을 냈다. 결론은 여당발 모든 사법 개혁에 대한 반대 또는 우려다.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이 관심이다. 이에 대해 회의는 “위헌성 논란과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반대다. 상고심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충분한 공감대와 실증적 논의”를 요구했다. 사실상 반대다. 대법관 구성 변화와 법관의 인사 및 평가 제도 변경에 대해서도 조건을 붙여 우려를 표했다. 이 모든 입장은 의결로 채택됐다. 비슷한 입장은 이미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표명됐다. ‘위헌성에서 비롯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장이 부의한 안건에 의견을 내는 기구다. 고위 법관 회의라는 점에서 법원의 안정성에 비중을 두는 보수적 경향이 강하다. 여당이 밀어붙이는 ‘사법 개혁’의 대상이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법관대표회의는 다르다. 여권발 개혁의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법관대표회의가 반대하고 우려했다. 내란 문제에 관한 한 정부 여당의 선동 화두가 있다.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파상 공세다. 하지만 법관대표회의 결정을 그렇게 몰아갈 문제는 아니다. 법관대표회의는 실제 재판을 하는 판사들이다. 법원 내 최고 의결 기구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 있다. 민주당에서 “과감히 수정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나왔다고 한다. 당분간 내용 수정과 기한 연장의 숨고르기를 강제받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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