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공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과 성산동 일대에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하며 조성된 이곳은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운영된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폐쇄된 자리에 만들어졌다. 난지도는 산업화 시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받아내 거대한 쓰레기산을 쌓았다. 하루 트럭 300대가 오가며 쌓은 쓰레기산은 지상 90m 높이로 두 개의 봉분을 이뤘다. 그렇다면 그 많던 쓰레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허무한 답이지만 여전히 그곳에 그대로 묻혀 있다. 1억t 이상의 쓰레기는 여전히 서울 한복판에 존재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선 사라졌다. 가히 ‘쓰레기 기억상실증’(Waste Amnesia)의 시대다.책은 “쓰레기 처리에 관련된 제도와 기술 일체는 집단적 기억상실증과 정신 조작의 문화 장치이기도 하다”며 “쓰레기장은 소비 대중의 기억상실증을 고질화하고 소비주의적 일상에 쉽게 몰입하게끔 면죄부를 주는 장소”라고 말한다. 길바닥이 아닌 ‘쓰레기통’에 ...
4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