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 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을 두고 중국과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또다시 맞붙었다.
16일 일본 지지통신,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개최한 ‘평화를 위한 리더십’ 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중국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푸 대사는 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반한다” “전후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등 말로 날을 세웠다. 푸 대사는 “군국주의나 파시즘을 부활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일본에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고 성실히 반성하며 회개하고 잘못된 길을 걷지 않도록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도 했다.
이 회의의 주요 안건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내년에 본격화할 후임 사무총장 선출과 다자간 협력 중요성이었다.
푸 대사의 발언에 대해 야마자키 가즈유키 주유엔 일본대사는 “중국의 발언은 회원국 분열을 초래하며 유엔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 논의의 장에서 부적절하고 무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마자키 대사는 일본이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때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대만 관련 중·일 간 갈등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일관되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두 차례 보낸 바 있다. 이에 일본 외교 당국도 반론 서한을 이사국 등이 회람하도록 하는 한편 SNS에도 공개하며 자국 입장을 설명해 왔다.
국제 여론전은 유엔 바깥에서도 이어졌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독일과 달리 일본은 전후 80년 동안 침략 역사를 철저히 반성하지 않았다”며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비판했다.
이에 이치카와 게이이치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지난 10일 귄터 자우터 독일 총리실 외교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했다. 이 통화에서 이치카와 국장은 “총리의 국회 답변은 일본의 기존 대만 관련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치카와 국장은 이달 1일엔 조너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 2일엔 에마뉘엘 본 프랑스 외교보좌관과 전화 통화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역시 왕 부장이 지난달 27일 본 보좌관과 전화 통화하고 같은달 28일 파월 보좌관과 베이징에서 만난 이후 시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일본을 비판하고 일본이 반박하는 형태의 여론전 전개 방식이 거듭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