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수와 비교해 주택이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주택보급률이 서울 내에서도 구별로 20%포인트 넘게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시도 단위로만 공표됐던 주택보급률이 시군구 단위로 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초지자체 단위의 새 통계에 근거해 정확한 주거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전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다가구주택 구분 거처를 반영한 주택 수와 인구주택총조사 등을 10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자치구 25곳 중 관악구(81.4%), 중구(86.3%), 영등포구(86.8%), 금천구(88.7%), 강서구(89.3%) 등 5곳의 주택보급률이 9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전체 평균 93.9%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서울 내에서도 자치구별로 주택보급률 편차가 컸다. 지난해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어 가구 수보다 주택 재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곳은 용산구(105.4%), 강북구(103%), 노원구(101.2%) 등 3곳이었다. 자치구 중 주택보급률이 가장 낮은 관악구와 가장 높은 용산구의 차이는 24%포인트에 달했다. 강남 3구의 주택보급률은 강남구(97.5%), 서초구(95.7%), 송파구(93%) 등 평균보다 높거나 평균 수준이었다.
이는 전날 국가데이터처가 실거주에 기반한 다가구 구분 거처를 반영해 시군구별 주택 수를 처음으로 발표함에 따라 군과 구 단위의 주택보급률 산출이 가능했다. 이를 통해 어떤 자치구에서 주택 재고가 모자라고 또 넘치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시군별 격차가 최대 31.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경기도 평균 주택보급률은 99.4%였지만 31개 시군 중 절반이 넘는 17곳은 보급률이 100%가 넘었다.
특히 가평군(115.5%), 평택시(114.5%), 안성시(113.1%), 동두천시(111.9%), 양평군(110.2%) 등 5곳은 110%를 넘겨 가구 수 대비 재고가 크게 넘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남시(84.1%), 고양시(90.4%), 성남시(91.6%), 김포시(93.8%) 등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는 주택 부족 현상이 뚜렷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서울에선 고시원, 쪽방 등이 많은 관악구, 중구, 영등포구 등의 주택보급률이 특히 낮았는데 이는 저소득층을 위한 적정 주거의 부족이 서울 전체의 주택보급률을 끌어내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의 주택 정책은 시도별로 뭉뚱그린 평균 주택보급률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제는 같은 시도 내에서도 편차가 뚜렷한 기초지자체별 통계를 고려해 보다 정확한 정책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보급률 산출 시 외국인 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인 가구, 오피스텔 거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주거 현실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도시연구소가 이를 반영해 주택보급률을 새로 산출한 결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다수 분포한 경기도 하남시의 주택보급률이 당초 계산보다 13.5%포인트, 고양시가 8.6%포인트 상승했고, 외국인 가구 수가 많은 안산시와 안성시는 각각 9%포인트, 8.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