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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밀었는데, 李 됐으면 작살" 윤영호-한학자 통화

2025.12.18 04:30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의혹의 '정점'으로 겨누는 가운데, 통일교를 수사했던 김건희 특별검사팀 역시 정치권 로비를 주도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한 총재의 대화 녹음 등을 토대로 이 둘을 '공모 관계'로 결론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교는 연신 '윤영호 개인의 일탈'이라며 교단과 한 총재 개입을 부인하지만,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의 정치권 로비가 한 총재의 승인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은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의 2023년 3, 4월쯤 이뤄진 대화 녹음 등 둘 간 이뤄진 직접 소통의 증거를 확보했다. 이 녹취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에게 "제가 너무 공격을 받는다"며 "어머님, 우리가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을 밀었는데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 됐으면 작살나는 거죠. 완전히 풍비박산 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님 성심이 결정하셨기 때문에 그때 윤이라는 사람이 당선이 됐고, 우연치 않게 제가 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한 해 전 20대 대선에서 통일교가 한 총재의 결정에 따라 윤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는 얘기다.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에게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을 언급하면서 "내일 점심에 만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다 저하고 같은 윤씨다"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저한테 파평 윤씨냐 그래서 친해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녹취에는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의 보고에 만류하는 대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의 연루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특검이 특히 주목한 건 윤 전 본부장이 기록한 '특별 보고'였다. 윤 전 본부장은 매일 오전 5시 한 총재에게 보고하면서 '특별 보고' 일지를 기록했는데, 일지상에 2021년 11월 말부터 한 총재에게 '야당 대선후보 캠프 관심' '대선 지원' 등을 보고한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한 총재는 또한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2일 윤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틀 뒤인 3월 4일, 통일교 관계자는 실제로 "긴급하게 선교지원비가 나가야 한다"며 △1지구 4,000만 원 △2지구 4,000만 원 △3지구 4,000만 원 △4지구 4,000만 원 △5지구 5,000만 원 등 총 2억1,000만 원을 회계에서 지출해달라는 품의를 올렸다. 이 선교지원비는 '후원금'으로 국민의힘 각 시·도당에 전달됐다고 한다. 앞서 특검이 한 총재 등을 재판에 넘긴 소위 '쪼개기 후원'의 과정이다. 특검은 이들을 근거로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시·도당을 방문해 교단 차원의 지지를 밝히고, 후원금과 통일교 숙원사업인 '한일해저터널' 프로젝트를 정책에 반영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은 통일교 산하 조직 간부의 "씨드머니가 정말 유효적절한 시기에 나간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지난 16일 재판에 나온 통일교 전 고위 간부가 "(한 총재에 대한) 윤 전 본부장의 물귀신 작전"이라고 증언하는 등 한 총리의 개입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윤 전 본부장 혼자서는 절대 정치권 금품 전달 등을 할 수 없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김건희 여사에게 건네진 샤넬백 등 선물도 마찬가지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재정국장 이모씨도 선물 제공 논란이 불거지자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게 "모두 한 총재에게 보고된 일이고, 한 총재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니 통일교도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낸 장문 문자메시지도 특검에 파악됐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서울구치소를 찾아 한 총재를 3시간 동안 조사했다. 2018~2020년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수천만 원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전달한 정황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별수사팀은 통일교 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며 영장에 돈 전달 장소로 천정궁을 지목했으며, 한 총재의 지시로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적시했다. 한 총재는 그러나 조사에서 "금품 의혹은 모르는 일이며 나와 상관없다"며 "윤 전 본부장이 권한을 크게 가지면서 벌어진 일들"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특별수사팀은 지난 15일 천정궁과 서울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2019년 국회의원 후원명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