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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5년째 동거 중인 예비 부부 커플입니다. 얼마 전 주말, 남자친구와 백화점에 있는 아웃백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목격한 장면이 자꾸 잔상에 남아서 글을 써봅니다. 주말이라 1시간 넘게 웨이팅을 하고 겨우 자리에 앉았어요.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돌 지난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더라고요. 옆자리엔 [엄마, 고등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2살 딸] 이렇게 네 가족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달래다 한계에 다다랐는지 계속 짜증을 내셨고, 결국 고등학생 큰아들이 아기를 안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아이 보는 직업을 오래 해서 내성이 있는 편인데도,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니 아기가 나가고 나서도 환청처럼 들릴 정도로 정말 심하게 울더라고요. 평소 아이 울음소리를 힘들어하던 제 남자친구도, 그날은 분위기가 너무 심상치 않으니 조용히 참아줄 정도였습니다. 진짜 마음이 안 좋았던 건 그 이후였어요. 고등학생 아들이 여전히 우는 아기를 안고 돌아왔는데, 짐을 챙겨 나가있겠다는 아들에게 엄마가 크게 화를 내시더라고요. "가지고 나가서 잃어버릴 것 같다, 내가 아끼는 건데 넌 왜 그러냐"라며 짜증을 내시는데, 아들이 참 순하고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엄마도 아마 우울증이 오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고요. 요즘 식당 가면 태블릿이나 폰 보여주는 게 흔하잖아요. 그런데 그 집은 아이가 한 시간 넘게 자지러지는데도 끝까지 폰을 안 쥐여주시더라고요. 그게 대단해 보이면서도, 저렇게 힘들어하시면서도 왜 안보여주시는걸까..? 아이가 유투브로도 안달래지는 수준인건가..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결국 아들이 여동생들을 데리고 먼저 나갔습니다. 혼자 남은 어머님이 그제야 서럽게 우시더라고요. 예쁘게 원피스 차림으로 신경 쓰고 나오신 분이 후식 커피를 시키시고는 서럽게 울다가. 누군가에게 전화해 하소연하면서도 계속 우시는데... 저희도 가시방석이라 하하호호 식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식당 직원들이나 주변 손님들 중 누구도 눈치를 주거나 항의하지 않았어요. 그게 그분께는 유일한 위안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희 커플은 평소 '아이 생기면 낳자' 주의였는데, 그날 그 어머님의 옆모습을 보고 정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게 저토록 처절한 일이구나' 싶어서요.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서럽게 우시던 그 어머님의 모습이 잊히질 않네요. 남의 아이는 많이 봐서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 아니면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진짜 육아라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습니다. 남자친구가 슬쩍 말해준 내용인데, 그 어머님이 짜증내시 던 초반에 아이들한테 "나 하나도 못 먹었어." 라고 하셨다는데 이 말을 듣고 저도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네요.... 그쪽 테이블에는 음식들이 많이 남아 있었거든요.. 아이들은 배가 불러서 더 먹지 않았던 그 상에서 혼자 서럽게 울다 식사를 하시던 그 모습이.... 참 안아드리고 싶었어요. 저 가족의 아버지도 아내의 이런 하루를 알까요...? 돈도 좋지만 저는 조금 가난해도 주말에는 아버지도 육아에 함께하는 가정이 많아지길 바라보면서 글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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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댓글
집에서 주문해서 먹고 말죠..
더구나 가족의 아버지? 어떤이유인지 몰라도 없으면 더더욱 안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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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댓글
저 엄마는 두살 딸 만 케어하면 됐었을텐데
왜 아무것도 못 먹었을까? 이상하네
본인이 데리고 나가서 빠르게 달랜 후 큰 아이에게 맡겼다면
큰 아이도 본인도 훨씬 수월했을텐데?
첫째가 엄청 큰 애인줄 알고.
지가 또 거기서 이쁜애, 안이쁜애를 가르고
그런경우 너무 많이 봤어요.
그리고 애가 저렇게 울면, 대책이 없으면 그런데 가지를 않는게 맞아요!!
그러다 한 60대 중년 남성분이 "아기 보기 힘들죠? 예전에 우리 애 보는 거 같아서 안쓰럽네. 제가 안고 있을테니 좀 쉬다와요" 이러면서 잠깐 아기를 안아주심.
그걸 목격한 사람들은 오히려 처음엔 불편해하다가 모두 그 애기엄마를 안쓰러워 하며 아기가 우는 걸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았음.
너무 각박하게만 살아가지 말고 우리도 저렇게 자라지 않았음..?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혐오의 시선으로 보지는 말았음 함